1600만 관객을 사로잡은 명품 코미디 - '극한직업' 리뷰
2019년 한국 영화계를 강타한 웃음폭탄

영화 소개
제목: 극한직업 (Extreme Job)
개봉일: 2019년 1월 23일
장르: 코미디, 액션, 범죄
러닝타임: 111분 (1시간 51분)
감독: 이병헌
주요 출연진: 류승룡(고 반장 역), 이하늬(장 형사 역), 진선규(마 형사 역), 이동휘(영호 역), 공명(재훈 역)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는 영화가 있다면 단연 '극한직업'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개봉 당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폭발적인 흥행으로 1600만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한국 영화 역사상 두 번째 흥행작으로 기록됐어요. 원래는 설 연휴 시즌을 겨냥해서 개봉한 게 아니었는데, 예상 외로 엄청난 입소문을 타면서 극장가를 점령해버린 케이스죠.
이병헌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인 이 영화는 그의 전작인 '스물'(2015)과 '바람 바람 바람'(2018)과는 차원이 다른 흥행 신화를 썼어요. 감독이 도전한 코미디와 액션을 절묘하게 결합한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면서도 캐릭터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죠.
줄거리 요약
실적 부진으로 해체 위기에 처한 마포경찰서 마약반. 고상기(류승룡) 반장을 필두로 한 5인의 마약반 형사들은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국제 마약조직의 정보를 입수합니다. 그들은 마약 조직의 아지트를 24시간 감시하기 위해 그 앞에 있는 치킨집을 인수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위장 수사를 위해 시작한 치킨 장사가 입소문을 타면서 대박이 나기 시작합니다.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수원왕갈비통닭'은 마 형사(진선규)의 특제 양념 비법 덕분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맛집으로 급부상합니다. 점점 형사 일은 뒷전이 되고 치킨집 운영에 열을 올리게 된 마약반. 그러나 어느 날, 조직의 보스인 이무배(신하균)가 자신들이 운영하는 치킨집에 찾아오면서 상황은 급변하게 됩니다.
이무배가 프랜차이즈 사업 제안을 해오자, 마약반은 더 큰 수사 성과를 위해 제안을 받아들이고 조직에 깊숙이 침투하게 됩니다. 하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이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마약 유통망으로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이제 마약반은 치킨집 사장과 경찰이라는 이중 신분 속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치킨집을 포기하고 본업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맛집으로서의 명성과 안정적인 수입을 택할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해프닝과 액션, 그리고 팀워크를 통해 마약 조직을 검거하는 과정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입니다.
감상 포인트
절묘한 캐스팅과 배우들의 앙상블
'극한직업'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역시 배우들의 찰떡 같은 앙상블이 아닐까 싶어요. 류승룡은 팀원들을 위해 늘 고민하는 리더, 이하늬는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여성 형사, 진선규는 돈에 약하지만 의외의 요리 실력을 가진 마 형사, 이동휘는 열정 넘치는 영호, 그리고 공명은 순수한 막내 형사 재훈으로 각자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특히 진선규의 마 형사 캐릭터는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치킨 양념 소스를 만들 때 열정을 쏟는 모습이나 "이게 왜 맛있는지 알아?" 하면서 자신만의 레시피를 자랑하는 장면은 정말 웃음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각 캐릭터들이 가진 개성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가 영화의 큰 재미를 더해줬습니다.
코미디와 액션의 절묘한 조화
이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은 코미디와 액션 장면의 균형이에요. 치킨집을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동시에, 막판 항만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들은 꽤나 박진감 넘치게 전개됩니다. 특히 마지막 대결 장면에서 각 형사들이 보여주는 활약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제대로 된 액션 영화의 맛을 보여주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마약반이 처음으로 치킨을 튀기는 장면인데요, 처음에는 서툰 솜씨로 닭을 튀기다가 결국 혼란에 빠지는 그 모습이 정말 리얼하면서도 웃겼어요. 또 마 형사가 닭의 뼈에 칼을 넣는 '닭 찌르기'를 선보이는 장면도 진지함과 코믹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명장면이었죠.
"직업정신 뭐 이런 거 없어요? 왜 이렇게 대충해요?" - 마 형사(진선규)
일상 속 공감 요소
이 영화가 대중에게 크게 사랑받은 이유는 아마도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현대인들의 고민을 코믹하게 풀어냈기 때문일 것 같아요. 고 반장이 가족과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 치킨집이 대박나자 직업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형사들의 모습 등은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상황이죠.
특히 고 반장이 딸에게 용돈을 주는 장면이나 아내와의 대화 장면은 가장의 책임감과 경제적 부담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고 생각해요. "그만두고 치킨집이나 할까?"라는 대사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현실적인 고민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영화 OST 음악
'극한직업'의 음악은 김태성 음악감독이 맡았는데, 그는 드라마 'SKY 캐슬'의 음악감독으로도 유명한 분이에요. 영화의 음악은 코믹한 상황과 액션 장면에 잘 어울리는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BGM들이 많았지만, 특히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노래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엔딩곡으로 사용된 '당년정(Dang Nian Qing)'은 중국의 레슬리 청(장국영)이 부른 곡인데요, 영화 속에서는 피아노 연주 버전으로 편곡되어 사용되었습니다. 이 곡은 80년대 홍콩 느와르 영화 '영웅본색'에서도 사용된 바 있는 곡으로, 마지막 항만 전투 장면 이후에 흘러나오면서 영화의 마무리를 감성적으로 장식해주었죠.
재미있는 점은 이 노래가 단순히 분위기만 맞춰준 게 아니라, 영화 '극한직업'이 가진 느와르 영화에 대한 오마주적 성격을 살려주었다는 점입니다. 코미디 영화이면서도 액션과 범죄물의 요소를 갖추고 있는 '극한직업'의 다양한 면모를 음악적으로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장점과 단점
장점
- 배우들의 뛰어난 케미와 연기력
- 코미디와 액션의 조화로운 균형
- 공감되는 직업인으로서의 고민
- 빠른 전개와 지루하지 않은 구성
- 일상 속에서 찾아낸 유머 코드
- 과도한 설명 없이도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
단점
- 개연성이 다소 부족한 설정들
-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뻔해지는 전개
- 조연 캐릭터들의 깊이 있는 묘사 부족
- 마약 조직의 위험성이 충분히 부각되지 않음
- 너무 많은 개그 요소가 일부 중요 순간의 감동을 덮기도 함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배우들의 연기죠. 각자 맡은 캐릭터를 너무나 생생하게 표현해서 스크린 속 인물들이 정말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동료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웃음 코드가 억지스럽지 않고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점도 좋았습니다.
반면, 단점을 꼽자면 마약 수사와 치킨집 운영이라는 두 가지 큰 축이 서로 충돌하는 과정에서 일부 설정이 다소 무리하게 연결된 느낌이 들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가 조금 뻔해지는 면이 없지 않았죠. 하지만 이런 작은 아쉬움은 영화가 주는 전반적인 즐거움에 비하면 정말 사소한 문제였던 것 같아요.
비슷한 영화 추천
'극한직업'을 재밌게 보셨다면, 비슷한 매력을 가진 다른 영화들도 분명 즐겁게 감상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영화들을 몇 가지 소개해 드릴게요.
청년경찰 (2017)
감독: 김주환 | 출연: 박서준, 강하늘
경찰대학생 두 명이 우연히 납치 사건을 목격하고 수사에 뛰어드는 이야기로, 액션과 코미디가 적절히 섞인 영화입니다. '극한직업'처럼 경찰이 주인공이면서 코믹한 상황이 펼쳐지는 점이 비슷해요.
엑시트 (2019)
감독: 이상근 | 출연: 조정석, 임윤아
취직도 못한 백수와 대학 동아리 후배가 도심 속 재난 상황에서 탈출하는 내용으로, 위기 상황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분위기가 '극한직업'과 유사합니다.
걸캅스 (2019)
감독: 정다원 | 출연: 라미란, 이성경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두 여성 경찰이 특별한 수사팀을 결성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로, 여성 버전 '극한직업'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매력이 있습니다.
미션 파서블 (2021)
감독: 김형주 | 출연: 김영광, 이선빈
한중 공조 수사를 다룬 코미디 액션 영화로, '극한직업'처럼 수사와 웃음이 적절히 섞여 있는 작품입니다. 다소 황당한 상황 속에서도 진지한 수사가 진행되는 점이 비슷해요.
총평 및 별점
4.5/5점 - 웃음과 액션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코미디 수작
'극한직업'은 코미디 영화지만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직업인으로서의 고민, 가족을 위한 아버지의 마음, 동료들과의 우정 등 다양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영화죠. 2시간이 채 안 되는 러닝타임 동안 지루할 틈 없이 웃음과 감동을 모두 선사하는 이 영화는 한국 코미디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가 한국 영화계에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거운 주제의 영화들도 좋지만,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영화적 완성도를 높인 작품들이 더 많이 제작되길 바랍니다. 류승룡, 이하늬를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과 이병헌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이 만난 '극한직업'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랑받을 명작이 될 것 같아요.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웃음이 필요한 모든 분들
-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를 좋아하는 분들
- 코미디와 액션을 동시에 즐기고 싶은 분들
- 가족, 친구들과 함께 부담 없이 볼 영화를 찾고 있는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