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세상, 영화 '돈(Money)' 리뷰
2019년 여의도 증권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금융 범죄 스릴러

영화 소개
제목: 돈 (Money)
개봉일: 2019년 3월 20일
장르: 범죄, 드라마, 스릴러, 블랙 코미디
러닝타임: 115분
감독: 박누리 (감독 입봉작)
주요 출연진: 류준열(조일현), 유지태(번호표), 조우진(한지철), 김재영(전우성), 김민재(유민준), 정만식(변 차장), 원진아(박시은)
제작: 한재덕, 윤종빈
촬영: 홍재식
음악: 황상준
배급사: 쇼박스
'돈'은 2019년 3월에 개봉한 박누리 감독의 장편 입봉작으로, 장현도의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2017년에 촬영을 마쳤지만 개봉까지 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작품이죠.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이 영화는 돈이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자극하고 변화시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여의도 증권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주식 브로커로 일하는 평범한 청년이 베일에 싸인 '의문의 작전 설계자'를 통해 엄청난 거액의 주식 중개 수수료를 벌게 되면서 벌어지는 금융 범죄극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일확천금'의 유혹과 그 이면에 숨겨진 위험을 그렸죠.

줄거리 요약
"숫자 뒤에 0이 열 개면 얼만지 아는가? 쉼표 3개에 두 자리. 0이 열 개면, 백 억이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
전북 고창군 무장면에서 복분자 농장을 운영하는 평범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조일현(류준열)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입사시험으로 증권가의 중심 여의도에 위치한 동명증권으로 오게 됩니다. 부자가 될 큰 꿈을 품고 증권사에 발을 들였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인맥도 없고 빽도 없는 신입 브로커로서 거래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커피 심부름이나 하는 신세가 됩니다. 게다가 같은 시기에 입사한 동료 전우성은 승승장구하는 모습으로 일현에게 더 큰 압박을 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일현에게 첫 주문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매수인지 매도인지 명확하지 않은 주문으로 인해 일현은 큰 실수를 저지르고 팀원들의 미움까지 사게 됩니다. 해고 직전의 위기에 처한 그에게 한 팀장이 베일에 싸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를 만나볼 것을 권합니다.
일현은 번호표로부터 단순히 지시에 따라 주문만 넣으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습니다. 고민 끝에 일현은 이 위험한 거래에 참여하게 되고, 첫 거래에서부터 7억이라는 엄청난 수수료를 챙기며 인생역전을 이룹니다. 고급 아파트로 이사하고 부모님 농장에 일꾼을 고용하는 등 풍족한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일현의 승승장구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금융감독원의 '사냥개'라 불리는 수석검사역 한지철(조우진)이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하고, 점점 더 큰 거래와 위험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번호표의 거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증거들이 쌓이면서 일현은 자신이 법의 경계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과연 일현은 돈의 유혹 속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계속해서 번호표와 함께 불법 주가 조작에 가담할 것인가, 아니면 양심의 가책을 따라 모든 것을 포기할 것인가. 더 큰 욕심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일현의 선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한편으로는 일현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서브 스토리도 진행됩니다. 그가 새롭게 만난 여자친구 박시은(원진아)과의 관계, 그리고 동료인 전우성의 아버지 회사가 위기에 처하는 상황 등이 얽히면서 일현의 내면 갈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영화는 결국 일현이 내리는 최종 선택과 그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에 초점을 맞추며, 돈이 우리의 가치관과 인생을 어떻게 뒤흔들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감상 포인트
1. 현실적인 금융 범죄 묘사
영화 '돈'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서서 실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금융 범죄의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여의도 증권가의 시스템과 구조, 주가 조작이 이루어지는 방식 등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습니다. 복잡한 금융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이를 어렵지 않게 설명해 관객들이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배려했어요.
2. 류준열의 '변신' 연기
류준열은 평범한 청년에서 돈의 맛을 알고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연기합니다. 특히 처음 돈을 벌었을 때의 흥분과 기쁨, 그리고 점점 도덕적 갈등에 빠지는 내면의 변화를 눈빛과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했습니다. 영화 중반부 머리를 다듬고 고급 옷을 입고 점점 자신감이 넘치게 변해가는 모습은 돈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죠.
3. 유지태의 카리스마
유지태는 베일에 싸인 '번호표' 역할로 등장해 묘한 긴장감과 카리스마를 선사합니다. 그가 무표정하게 던지는 대사 하나하나에 관객들은 그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궁금증을 갖게 됩니다. "나는 일에 변수가 생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라는 대사는 그의 냉철한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대사입니다.
4. 인상적인 촬영과 음악
홍재식 촬영감독의 세련된 화면 구성과 황상준의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높여주는 요소였습니다. 특히 여의도의 고층 빌딩들을 내려다보는 장면이나 주식 거래가 이루어지는 순간의 긴장감 넘치는 편집은 금융 범죄물의 매력을 잘 살려냈습니다. 여기에 더해 Will Jay의 'Off The Record'와 같은 음악은 조일현이 승승장구하는 장면에서 돈의 매력을 더욱 강조했습니다.
5. 인상적인 대사들
이 영화에는 인상적인 대사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숫자 뒤에 0이 열 개면, 백 억이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라는 도입부 내레이션이나, 번호표가 말하는 "돈이라는 것은 벌린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빠져나간다"와 같은 대사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 OST 음악
영화 '돈'의 OST는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잘 살리는 음악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두 곡이 인상적인데, 첫 번째는 Will Jay의 'Off The Record'입니다. 이 곡은 영화에서 류준열이 돈맛을 알고 승승장구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와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윌 제이의 이 곡은 경쾌한 비트와 함께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가사의 내용 또한 "Off the record with you(너와의 비밀은 기록에 남지 않아)"라며 영화의 내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주인공 일현이 번호표와 맺는 비밀스러운 관계와 불법적인 거래를 암시하는 듯한 가사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켜주죠.
두 번째로 인상적인 곡은 황상준 작곡의 '바하마 파라다이스'입니다. 이 곡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일현이 번호표와 함께 바하마로 휴가를 떠나는 장면에서 흘러나옵니다. 자유롭고 여유로운 느낌의 이 곡은 주인공이 돈으로 인해 누리게 된 호화로운 삶을 표현하면서도, 그 이면에 감춰진 위험과 불안감을 미묘하게 전달합니다.
영화 속 음악들은 단순히 배경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심리 상태와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류준열이 처음 큰돈을 벌고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자신감 넘치게 변모하는 장면에서의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려주는 요소였습니다.
장점과 단점
장점
탄탄한 연기력: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의 삼각 구도는 영화의 큰 재미를 선사합니다. 특히 류준열의 변화하는 모습과 유지태의 묵직한 카리스마는 영화의 큰 자산입니다.
접근성 높은 금융 소재: 복잡할 수 있는 주식과 금융 관련 내용을 쉽게 풀어내어 관객들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세련된 영상미: 여의도의 고층 빌딩과 금융가의 모습을 세련되게 담아낸 촬영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현실적인 소재: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일확천금'이라는 주제를 통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단점
불안정한 시나리오: 개봉이 2년이나 미뤄졌던 만큼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다소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초반과 중반은 흥미롭게 진행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힘이 빠지는 느낌입니다.
평이한 반전: 금융 범죄물로서 더 복잡하고 치밀한 구성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주가 조작 방식이나 금융 범죄 플롯이 다소 단순하게 그려졌습니다.
빈약한 동기 설정: 번호표 캐릭터의 행동 동기가 명확하지 않아 빌런의 깊이가 아쉬웠습니다.
유사 장르물과의 차별성: '꾼'이나 '작전' 같은 기존 영화들과의 차별점이 다소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결말입니다. 영화의 결말은 호불호가 갈리는 편인데, 다소 열린 결말처럼 보이면서도 주인공의 성장과 선택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저는 이런 열린 결말이 오히려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긴다고 생각하지만, 명확한 결말을 선호하는 관객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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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및 별점
영화 '돈'은 금융 범죄라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대중적이고 흥미롭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의 훌륭한 연기 앙상블은 영화의 큰 매력이며, 여의도 증권가라는 독특한 배경을 통해 신선한 한국식 범죄 스릴러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시나리오의 완성도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고, 금융 범죄물로서의 깊이와 복잡성이 좀 더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라는 강력한 유혹 앞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로서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