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약왕" 리뷰: 1970년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송강호의 마약 신화

1. 영화 소개
제목: 마약왕 (The Drug King)
개봉일: 2018년 12월 19일
장르: 범죄, 드라마
러닝타임: 139분
감독: 우민호
각본: 이지민, 우민호
주요 출연진: 송강호(이두삼 역), 조정석(김인구 역), 배두나(김정아 역), 김소진(성숙경 역), 김대명(이두환 역), 이성민(서상훈 역), 이희준(최진필 역)
1970년대 대한민국의 혼란스러웠던 유신 시대. 수출입국이라는 구호 아래 없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없던 그 시절, 평범한 밀수꾼이었던 한 남자가 마약계의 전설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영화 '마약왕'을 소개합니다. 우민호 감독의 작품으로 국내 최정상급 배우 송강호를 필두로 한 초호화 캐스팅과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가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영화 '마약왕'은 부산을 배경으로 1970년대에 실제 있었던 마약 유통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습니다. 실존 인물인 이황순을 모델로 한 이두삼 캐릭터는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을 마약으로 물들인 '마약왕'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당시 사회·정치적 배경과 더불어 유신 시대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단순한 범죄 영화를 넘어 시대극으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습니다.
2. 줄거리 요약
부산의 작은 밀수업자 이두삼(송강호)은 금과 시계를 밀수하다 붙잡혀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그곳에서 우연히 마약 밀수업자를 만나면서 마약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죠. 출소 후 이두삼은 남다른 사업 수완과 뛰어난 손재주를 바탕으로 필로폰 제조에 뛰어듭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일본으로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사업은 급속도로 성장합니다.
이두삼은 탁월한 위기대처 능력과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마약 제조와 유통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냅니다. 사업적 수완이 뛰어난 로비스트 김정아(배두나)와 만나면서 그의 사업은 더 큰 규모로 확장됩니다. 권력층과의 결탁, 경찰과 검찰을 매수하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이두삼. 그의 성공적인 사업 확장 이면에는 수많은 희생자들이 생겨납니다.
한편, 미국 FBI의 수사법을 배운 검사 김인구(조정석)가 이두삼의 마약 조직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점점 커지는 마약 조직과 걷잡을 수 없이 타락해 가는 이두삼. 그러나 마약 제국의 번영과 함께 내부 균열도 함께 커져갑니다. 동생 이두환(김대명)과의 갈등, 조직원 최진필(이희준)의 배신,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 선포 등 이두삼을 둘러싼 위기가 점점 고조됩니다.
점점 더 권력에 취해가는 이두삼은 자신이 국가를 먹여 살린다는 착각에 빠져듭니다. "이 나라는 내가 먹여 살렸다 아이가"라며 큰소리치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결국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과 주변인들의 배신, 자신의 오만함이 그를 몰락의 길로 이끌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두삼의 묘한 미소로 끝을 맺으며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깁니다.
3. 감상 포인트
송강호의 연기: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역시 송강호의 놀라운 연기력입니다. 하급 밀수업자에서 마약왕으로 변모하는 캐릭터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으며, 특히 권력에 취해 광기를 보이는 후반부 연기는 압권입니다. 이두삼이라는 인물의 성공과 몰락, 그리고 그 이면의 인간적인 모습까지 세밀하게 연기해 냈습니다.
시대 재현: 1970년대 부산의 모습을 세밀하게 재현해낸 미술팀의 역량이 돋보입니다. 의상, 소품, 건물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특히 7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색감과 질감은 영화에 깊이를 더합니다.
영상미: 고락선 촬영감독의 카메라 워크는 70년대 한국의 어두운 면과 화려한 면을 동시에 포착해 내면서 시각적인 재미를 선사합니다. 특히 유흥가의 네온사인, 마약 제조 장면, 일본 고베의 밤 등을 담아낸 영상미는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나라는 내가 먹여 살렸다 아이가"
이두삼의 이 대사는 단순한 마약상의 망상이 아닌, 당시 수출입국 이라는 명분 하에 자행되던 부조리한 현실을 비꼬는 블랙 코미디적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대사들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더욱 강화하고 있죠.
음악과 사운드: 영화 속 70년대 음악들은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특히 김정미의 '바람'은 영화의 분위기를 잘 담아내며 엔딩 크레디트에서 더욱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4. 영화 OST 음악
'마약왕'의 음악은 70년대 한국과 세계 음악을 적절히 활용해 시대적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영화의 음악감독 조영욱은 클래식 음악부터 70년대 유행했던 대중음악까지 폭넓은 장르를 아우르며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깊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김정미의 '바람'(1973)은 영화의 여운을 길게 남기는 곡으로, 이두삼이 걸어온 길과 그의 결말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는 곡입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들을 수 있는 'Sky High'(Jigsaw), 정훈희의 '꽃길'(1971) 등도 인상적입니다.
클래식 곡 역시 화려하게 활용되었는데, 오페라 "카르멘"의 '투우사의 노래', "라 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 슈베르트의 '마왕' 등이 특정 장면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장면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특히 마약 제조 과정에서 흐르는 클래식 음악과 실제 상황의 대비는 영화적 긴장감을 더하는 요소입니다.
5. 장점과 단점
장점
- 송강호의 압도적 연기력: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주연 송강호의 열연입니다. 밀수업자에서 마약왕으로 변모하는 캐릭터 아크를 완벽하게 소화해냈습니다.
- 뛰어난 앙상블: 조정석, 배두나, 이희준 등 연기파 배우들의 조화가 영화에 깊이를 더합니다.
- 시대 재현력: 70년대 부산과 일본 고베의 모습, 의상과 소품 등 디테일한 시대적 배경 묘사가 돋보입니다.
- 영상미: 고락선 촬영 감독의 뛰어난 영상 미학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 음악 활용: 시대에 맞는 음악 선택과 효과적인 활용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줍니다.
단점
- 산만한 스토리텔링: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중심 줄거리가 다소 산만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과도한 러닝타임: 2시간 19분의 러닝타임 동안 지루한 부분이 일부 존재합니다.
- 캐릭터 개연성 부족: 주요 인물들의 감정선과 행동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 주제의식의 모호함: 마약왕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 점이 아쉽습니다.
- 후반부 전개 속도: 후반부의 전개가 너무 빨라 이두삼의 몰락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송강호의 연기가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약에 취한 모습, 권력을 장악한 후 오만해진 모습, 그리고 몰락해 가는 과정에서의 불안한 모습까지 다양한 감정선을 완벽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다만, 이야기가 너무 방대하다 보니 중간중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부분이 있어 아쉬웠습니다.
또한 영화가 보여주는 70년대 한국의 모습은 그 자체로 역사적 가치가 있습니다. 수출입국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났던 부조리와 불법적인 일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당시 사회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6. 비슷한 영화 추천
'마약왕'과 비슷한 소재나 분위기를 다룬 영화들을 찾고 계신다면 다음 작품들을 추천해 드립니다:
- 내부자들 (2015): 같은 우민호 감독의 작품으로, 권력과 부패를 다룬 블랙 코미디 영화입니다. 정치, 재계, 언론의 유착 관계를 파헤치며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합니다.
- 범죄와의 전쟁 (2012): 19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조직 폭력과 부패한 경찰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영화입니다.
- 나쁜 놈들 (2005): 강우석 감독의 작품으로,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나쁜 놈들을 이용하는 경찰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 나르코스 (넷플릭스 시리즈):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로, 마약 조직의 성장과 몰락을 그린 작품입니다.
- 스카페이스 (1983): 쿠바 출신 이민자가 마이애미의 마약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고전 범죄 영화입니다.
7. 총평 및 별점
'마약왕'은 탁월한 배우들의 연기와 뛰어난 시대 재현으로 70년대 한국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벌어진 마약 사업의 흥망성쇠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송강호를 필두로 한 배우들의 열연과 시대적 디테일의 묘사는 높이 살만하지만, 다소 산만한 스토리텔링과 주제의식의 모호함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영화는 한 인물의 욕망과 그로 인한 파멸을 통해 당시 한국 사회의 모순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결국 메시지가 희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강호의 연기와 70년대 시대상의 생생한 재현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특히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 송강호의 팬, 그리고 범죄 장르와 실화 기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추천합니다. 다소 과격한 장면과 마약을 다루는 소재 특성상 성인 관객들에게 적합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마약왕'은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한국 영화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자 송강호라는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한국 사회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창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의 욕망과 몰락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로서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