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사전의 탄생을 그린
영화 '말모이' 심층 리뷰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지키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투쟁

영화 소개
제목 | 말모이 (MAL·MO·E: The Secret Mission) |
개봉일 | 2019년 1월 9일 |
장르 | 드라마 |
러닝타임 | 135분 |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엄유나 (영화 '택시운전사' 각본 담당) |
주연 | 유해진(김판수 역), 윤계상(류정환 역) |
출연진 | 김홍파(조갑윤 역), 우현(임동익 역), 김태훈(박훈 역), 김선영(정희 역), 민진웅(공식 역), 송영창(승호 역) |
'말모이'는 '말을 모으다', 즉 사전을 만든다는 뜻이에요. 영화는 일제강점기 우리말이 탄압받던 시절,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조선어학회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엄유나 감독의 데뷔작으로,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맡았던 그녀의 첫 메가폰입니다.
줄거리 요약
1940년대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가는 일제강점기 경성. 극장 매표원으로 일하던 까막눈 김판수(유해진)는 해고를 당하고 아들 학비 때문에 가방을 훔치다 실패합니다. 그러다 면접을 보러 간 조선어학회에서 그를 체포하려던 류정환(윤계상)과 마주치게 되고, 그의 소개로 조선어학회에서 허드렛일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조선어학회에서 보낸 시간이 쌓이면서 판수는 그들이 왜 목숨을 걸고 우리말 사전을 만들려 하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돼요. '말이 곧 나라'라는 걸 깨닫기 시작한 것이죠. 글도 읽지 못하던 판수는 정환의 도움으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고, 점차 사전 편찬 작업에 열정을 갖게 됩니다.
한편 친일파인 정환의 아버지 류완택(김의성)은 아들이 조선어학회에서 일하는 걸 못마땅해 하며 그에게 압력을 가해요. 아버지의 반대와 일제의 감시 속에서도 정환은 학회원들과 함께 전국 팔도를 돌며 사투리를 수집하고, 판수 역시 그들과 동행하게 됩니다.
조선어학회는 일제의 감시가 심해지자 비밀리에 사전 원고를 만들어나가요. 판수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급기야 자신의 집을 원고 보관 장소로 제공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일제는 조선어학회의 활동을 '항일 독립운동'으로 간주하고 대대적인 탄압을 가하기 시작해요.
조선총독부 경찰이 조선어학회 회원들을 체포하기 시작하면서 위기가 닥칩니다. 정환은 체포를 피해 도망 다니고, 판수는 일제에 대항하여 사전 원고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요. 글을 깨우치게 된 판수는 사전 편찬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단순한 일꾼에서 우리말을 지키는 투사로 성장해갑니다.
이렇게 영화는 개인의 생계와 민족의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던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역사적인 선택을 했는지 보여줘요.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감상 포인트
연출
엄유나 감독은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연출력을 보여줬어요. 특히 시대상을 보여주는 세트와 의상, 소품들이 섬세하게 재현되었고, 일제강점기 경성의 분위기를 잘 포착했죠. 영화는 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적절한 유머와 따뜻함으로 관객에게 다가갑니다. 중간중간 판수가 보여주는 허세와 코믹한 면모들이 무거운 주제의 영화를 숨 쉴 수 있게 만들어줬죠.
연기
유해진은 까막눈이었다가 점차 한글의 중요성을 깨닫는 김판수 역할을 명품 연기로 소화했어요. 특히 그의 섬세한 감정 변화와 성장 과정이 설득력 있게 표현되었죠. 윤계상 역시 지식인 류정환 역할로 엘리트의 고뇌와 결단을 잘 표현했으며,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영화의 중심축을 탄탄하게 받쳐줬습니다. 처음엔 서로 어색하고 삐걱대는 두 사람이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이 가슴 따뜻한 감동을 전합니다.
음악 & 영상미
조영욱 작곡가의 음악은 극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관객의 마음을 적절히 두드려요. 특히 전통 악기와 현대적 오케스트라의 조화가 시대적 배경과 영화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영상미 역시 우중충한 일제강점기의 색감과 조명을 잘 활용하여 시대적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해요. 흐릿한 회색빛 화면 속에서도 희망을 상징하는 따뜻한 빛의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각본 & 명장면
영화의 각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극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았어요. 특히 판수가 처음으로 한글을 깨우치고 자신의 이름을 쓰는 장면, 조선어학회 회원들이 전국을 돌며 사투리를 수집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입니다. "말이 죽으면 나라도 죽는다"는 대사는 영화의 주제를 강렬하게 전달하며 관객의 가슴에 오래 남아요.
이 대사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닌 민족의 정체성과 직결된다는 걸 강조해요.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우리말을 지키려는 이들의 투쟁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였는지 되새기게 만드는 대목이죠.
영화 OST 음악
영화 '말모이'의 음악은 '택시운전사'의 음악을 담당했던 조영욱 작곡가가 맡았어요. 시대적 배경을 고려한 감성적인 선율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줍니다. 특히 전통 악기와 현대적 오케스트라의 조화가 인상적이에요.
주요 수록곡
- 반달 - 푸른 하늘 은하수
일제강점기 시대 아이들이 부르던 동요 '반달'이 영화에서 중요한 의미로 사용되었어요. 순수한 동요 선율이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며 가슴을 울립니다.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한 곡이 식민지 시대의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담아내는 순간이 정말 인상적이었죠. - 가나다라 (1980) - 송창식
한글의 소중함을 노래한 이 곡이 영화의 주제와 맞닿아 의미를 더해요. 특히 판수가 한글을 깨우쳐가는 과정과 맞물려 더욱 깊은 울림을 줍니다. - 민들레처럼 - 장희경
역경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는 민들레처럼, 우리말을 지켜낸 이들의 의지를 표현해요. 영화 후반부에 흐르는 이 노래가 주는 감동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래 남습니다. - 푸르른 날 - 송창식
희망적인 미래를 노래하는 이 곡이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풍성하게 해요.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담아냈습니다. - 말모이 OST 메인 테마
조영욱 작곡가의 메인 테마곡은 일제강점기의 암울함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대비시키며 감동을 전달해요. 피아노와 현악기의 조화가 인상적인 주제곡입니다.
음악 감독 조영욱은 '말모이'에서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면서도 현대 관객들에게 정서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냈어요. OST는 단순히 배경음악을 넘어 영화의 주제와 메시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습니다. 특히 감동적인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들은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죠.
장점과 단점
장점
- 배우들의 열연 - 유해진과 윤계상을 비롯한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어요. 특히 유해진의 까막눈 판수가 성장해가는 과정이 정말 감동적이었죠. 처음에는 그저 돈이 필요해서 일을 시작했다가 점차 우리말의 소중함을 깨닫고 변화하는 모습이 설득력 있게 표현되었습니다.
- 실화 기반의 탄탄한 서사 - 조선어학회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가 관객에게 더 깊은 울림을 주었어요. 역사적 사실과 픽션의 균형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서 기존의 역사 영화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죠.
- 시대 재현의 완성도 - 194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의 모습이 세트, 의상, 소품 등을 통해 섬세하게 재현되었어요.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죠. 특히 거리의 모습이나 사람들의 복장, 생활상 등이 사실감 있게 묘사되어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 균형 잡힌 감정선 - 무거운 역사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와 감동을 적절히 배분해 지루하지 않은 극의 흐름을 만들어냈어요.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영화였죠. 특히 판수의 허세와 코믹한 순간들이 때로는 숨통을 트이게 했습니다.
- 현재와 연결되는 메시지 - '말과 글은 민족의 정신'이라는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며, 언어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현대 사회에서 무심코 쓰고 있는 우리말의 가치를 돌아보게 했죠.
단점
- 다소 진부한 전개 - 역사 실화 기반 영화의 전형적인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어요. 일부 장면들은 예측 가능한 전개로 신선함이 부족했죠. '이런 일이 일어날 거야'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그대로 펼쳐지는 경우가 좀 있었습니다.
- 과도한 감정 유도 - 일부 장면에서는 지나치게 감정에 호소하는 연출이 있어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어요. 특히 후반부 감동 신들은 조금 과하게 느껴지기도 했죠.
- 역사적 깊이의 부족 - 조선어학회 사건의 역사적 맥락을 더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아쉬움이 있어요. 실제 역사에 관심 있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었죠. 좀 더 디테일한 역사적 사실들을 다뤘다면 더 깊은 영화가 되었을 것 같아요.
- 캐릭터 발전의 급진성 - 판수 캐릭터의 성장이 다소 급작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더 점진적인 캐릭터 발전이 있었다면 더 설득력 있었을 것 같죠. 특히 글을 몰랐던 사람이 한글을 배우는 과정이 좀 더 자세히 그려졌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 상업영화의 공식 - 역사적 사실을 다루면서도 상업영화의 공식에 맞추려다 보니 일부 에피소드는 다소 단순화된 느낌이 있었죠. 깊이 있는 역사 드라마보다는 대중성에 더 초점을 맞춘 부분들이 있어요.
영화 '말모이'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감동과 교훈을 담아냈어요. 일부 진부한 전개가 아쉽기는 하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시대를 재현한 완성도 높은 제작으로 역사 속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그려냈죠. 관람 후에는 우리 말과 글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비슷한 영화 추천
1. 봉오동 전투 (2019)
유해진이 출연한 또 다른 일제강점기 영화로, 독립군의 항일 투쟁을 그린 작품이에요. '말모이'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역사적 순간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그렸죠. 일제의 침략에 맞서 싸운 독립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좀 더 액션성이 강하지만,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투쟁이라는 점에서 '말모이'와 닮아있어요.
2. 항거: 유관순 이야기 (2019)
3.1운동과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 영화로, 일제강점기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담고 있어요. '말모이'보다 좀 더 무거운 분위기지만, 일제강점기 속 민족 정신을 그린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죠. 특히 무기 없이 정신으로 항거하는 모습이 '말모이'의 조선어학회와 통하는 부분이에요.
3. 아이 캔 스피크 (2017)
한국어를 배우는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적 아픔과 언어의 중요성을 다룬 영화예요. '말모이'와 마찬가지로 언어가 가진 힘을 보여주죠. 어르신이 영어를 배워가는 과정이 '말모이'에서 판수가 한글을 배우는 과정과 비슷한 감동을 줘요. 두 작품 모두 언어가 단순한 소통 수단을 넘어 정체성과 역사의 증인이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4. 나랏말싸미 (2019)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말모이'와 함께 우리 말과 글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요.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우리말의 가치라는 주제는 동일하죠. 한글의 탄생과 보존, 두 영화는 각각 다른 시대에서 우리 언어의 중요한 두 순간을 그렸어요. 함께 보면 우리말의 역사와 가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5. 택시운전사 (2017)
'말모이'의 각본가였던 엄유나 감독이 시나리오를 맡은 작품으로, 평범한 시민이 역사적 순간에 용기를 발휘하는 이야기를 그렸어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지만, 평범한 사람의 비범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말모이'와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죠. 송강호의 연기가 빛나는 작품으로, '말모이'의 유해진처럼 평범한 인물의 성장과 용기를 그립니다.
6. 영웅 (2022)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 영화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그렸어요. '말모이'보다 더 극적인 서사지만, 일제에 맞선 한국인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통적이죠. '말모이'가 문화적 저항이라면, '영웅'은 직접적인 항거를 다뤘지만, 두 영화 모두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지키려는 투쟁을 그립니다.
이 영화들은 모두 '말모이'와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나 역사적 어려움이라는 배경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용기와 선택을 보여줘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와 교훈을 전달합니다. 특히 우리의 정체성과 문화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이죠.
총평 및 별점
'말모이'는 정확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면서도 대중적인 재미와 감동을 놓치지 않은 균형 잡힌 영화예요. 유해진과 윤계상의 열연이 돋보이며,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시대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지켜낸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립니다.
특히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닌 민족의 정체성과 직결된다는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줘요.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한글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어떤 희생이 있었는지를 되새기게 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그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일부 진부한 전개와 과도한 감성 유발이 아쉽기는 하지만, 시대를 생생하게 재현한 완성도 높은 제작과 배우들의 연기가 그 단점을 상쇄해요. 역사에 큰 관심이 없는 관객도 충분히 몰입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작품이죠.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한국 근현대사와 일제강점기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
- 감동적인 실화 기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 유해진, 윤계상의 연기를 좋아하는 팬분들
- 우리말과 한글의 가치를 되새기고 싶은 분들
- 역사 속 평범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
영화 '말모이'는 우리 언어의 소중함과 그것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던 이들의 용기를 기억하게 만들어요. 일제강점기 속에서도 우리의 말과 글, 그리고 정신을 지켜내려 했던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작품이죠. 한글날이나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날에 특히 더 와닿는 영화일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 속 판수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쓰는 장면에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문맹이었던 사람이 글을 깨우치는 순간의 벅참은 정말 특별하게 다가왔죠. 우리가 흔히 쓰는 한글의 가치와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해준 영화였습니다. 아마 부모님 세대에겐 더 깊은 울림이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