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함과 미숙함의 경계, 영화 '미성년' 리뷰
어른같은 아이들과 아이같은 어른들의 이야기

영화 소개
제목 | 미성년 (Another Child) |
개봉일 | 2019년 4월 11일 (대한민국) |
장르 | 드라마 |
러닝타임 | 96분 |
감독 | 김윤석 (데뷔작) |
각본 | 김윤석, 보 램 리 |
주요 출연진 | 염정아(영주 역), 김소진(미희 역), 김혜준(주리 역), 박세진(윤아 역), 김윤석(대원 역), 이희준, 김희원 |
제작/배급 | 쇼박스 / 영화사 레드피터, 화이브라더스 코리아 |
관람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미성년은 배우 김윤석의 첫 감독 데뷔작으로, 제목에서 암시하듯 미성년자들과 성인들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원래 2018년 9월에 개봉 예정이었으나 2019년 4월로 개봉이 연기되었고, 약 20억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불륜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두 여고생의 시선을 통해 조명하는 독특한 관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김윤석은 감독으로서의 새로운 시도와 함께 영화 속 가장 찌질한 캐릭터인 대원 역을 자신이 직접 연기하며 작품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의 시선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 참신한 시도로 평가받았으며, 특히 당시 신인이었던 김혜준과 박세진의 연기가 돋보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김윤석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연출자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베테랑 배우들과 신인 배우들의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줄거리 요약

고등학교 2학년인 주리는 모범생으로 반장을 맡고 있지만, 평소 아버지 대원에 대한 의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리는 아버지의 회식 장소인 오리고기집을 몰래 찾아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가게 주인 미희와 아버지가 불륜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집니다. 더 큰 문제는 미희가 바로 같은 학교를 다니는 윤아의 엄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주리와 윤아는 학교 옥상에서 우연히 만나 이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윤아는 이미 엄마의 불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어른들의 일"이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척합니다. 하지만 윤아 역시 마음속으로는 깊은 상처를 받고 있었고, 주리는 자신의 완벽했던 가정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 분노합니다. 두 소녀는 처음엔 서로를 적대시하지만, 점차 비슷한 상황에 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태는 윤아가 주리의 엄마 영주에게 걸려온 전화에 불륜 사실을 폭로하면서 급속도로 악화됩니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영주는 분노와 상처로 미희의 식당을 찾아가 맞닥뜨리게 되고, 격분한 상태에서 미희를 밀치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미희가 대원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이었고, 이 사고로 인해 미희는 조산을 하게 됩니다.
두 가정은 파국으로 치닫고, 대원은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 채 도망치듯 떠납니다. 어른들의 문제 속에서 주리와 윤아는 자신들이 겪어야 할 성장통 이상의 아픔을 마주하며 서로에게 의지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이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며, 불륜으로 태어났지만 세상에 나오자마자 죽은 아기 '못난이'를 위해 작은 의식을 치르기도 합니다.
어른들이 저지른 실수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 속에서, 정작 가장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직 미성년인 두 소녀였습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가정환경과 성격을 가졌지만, 함께 상처를 치유해 나가며 진정한 성장을 경험합니다. 결국 이 영화의 제목 '미성년'은 실제 나이가 아닌, 정신적 성숙도를 가리키는 역설적 표현임을 깨닫게 됩니다.
감상 포인트
1. 섬세한 연출과 시선
배우 김윤석의 첫 연출작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주는 섬세한 시선은 놀랍습니다. 특히 불륜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청소년의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관객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김윤석 감독은 화려한 카메라 기법이나 과한 연출 대신 인물들의 표정과 감정에 집중함으로써 이야기의 본질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합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주리와 윤아의 뒷모습을 통해 그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대사나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두 소녀의 뒷모습만으로도 그들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 관객에게 전해집니다. 이는 김윤석 감독의 배우로서의 경험에서 비롯된 섬세한 연출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압도적인 배우들의 앙상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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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력입니다. 베테랑 배우인 염정아와 김소진은 각각 배신당한 아내와 불륜녀로서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특히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영주 역의 염정아가 보여주는 분노와 절망은 관객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들인 김혜준과 박세진의 연기는 더욱 놀랍습니다. 당시 신인이었던 두 배우는 완벽한 호흡과 자연스러운 감정 연기로 베테랑 배우들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특히 김혜준이 연기한 주리가 윤아의 머리를 잡고 싸우는 장면이나, 박세진이 연기한 윤아가 어른들을 향해 분노하는 장면은 그들의 연기력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순간입니다.
3. 인상적인 대사와 장면
"너희 그러면 나중에 큰일나."
학교 선생님이 윤아와 주리에게 하는 이 말은 영화의 아이러니를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이미 큰일을 치르고 있는 두 소녀에게 어른이 건네는 공허한 충고는, 오히려 누가 진정한 '미성년'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또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 주리와 윤아가 아기 '못난이'의 유골을 처리하는 방식은 충격적이면서도 두 소녀의 성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입니다. 놀이공원에서 즐겁게 놀다가 아기의 유골을 우유에 섞어 마시는 행동은 일견 충격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하는 의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음악과 영상미
박성도 음악감독의 섬세한 스코어는 영화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보완합니다. 특히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잔잔한 선율은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기여합니다. 또한 황기석 촬영감독의 카메라 워크는 화려하지 않지만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특히 두 소녀의 감정 변화를 담아내는 클로즈업 장면들이 인상적입니다.
영화 OST 음악
미성년의 음악은 박성도 음악감독이 맡았습니다. 원펀치라는 인디 듀오로 활동했던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영화 속에 녹여냈습니다. 총 9개 트랙으로 구성된 OST는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어쿠스틱 선율로 영화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보완합니다.
01. 프롤로그
연주: 박성도 (기타, 피아노)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복잡한 감정을 암시하는 멜로디가 인상적입니다.
02. 엄마의 맨발
연주: 박성도 (기타)
영주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아름답습니다.
03. 아빠
연주: 박성도 (기타, 프로그래밍)
대원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한 곡입니다.
04. 주리와 윤아
연주: 박성도 (기타, 피아노)
두 소녀의 관계와 감정 변화를 담아낸 핵심 트랙입니다.
05. 영주의 한숨
연주: 박성도 (기타)
배신감과 슬픔을 담은 감성적인 기타 연주가 특징입니다.
06. 눈 (Main Theme)
연주: 박성도 (기타), 김진아 (피아노), Jam String (현악)
영화의 메인 테마로, 피아노와 현악이 더해져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07. 우리는 살아있잖아
연주: 박성도 (피아노)
인생의 아픔 속에서도 계속되는 삶의 의지를 표현한 곡입니다.
08. 호수랜드에서
연주: 박성도 (기타), 김진아 (피아노)
영화의 중요 장면을 장식하는 감성적인 트랙입니다.
09. 주리와 윤아 (Ending Ver.)
연주: 박성도 (기타), 김진아 (피아노), Jam String (현악)
4번 트랙의 변주곡으로, 두 소녀의 성장과 화해를 표현하며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박성도 음악감독은 각 악기의 터치감이나 미세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신경 써서 OST를 완성했습니다. 특히 어쿠스틱 기타의 코드 변경 시 들리는 미세한 소리까지 놓치지 않은 섬세함이 돋보이며, 이는 영화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이 OST는 영화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감상할 가치가 있는 음악입니다.
장점과 단점
장점
- 현실적인 캐릭터 묘사: 영화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등장인물들을 선과 악으로 단순하게 나누지 않습니다. 모든 인물들은 각자의 결함과 약점을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특히 김윤석이 연기한 대원은 전형적인 불륜남이 아닌, 우유부단하고 책임감 없는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려져 더욱 현실감 있습니다.
- 신인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력: 김혜준과 박세진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들의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특히 김혜준은 이 연기로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관객들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 감정 표현의 섬세함: 김윤석 감독은 특히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줍니다. 과한 대사나 감정 표현 대신, 표정이나 몸짓, 그리고 때로는 침묵을 통해 인물들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 짧지만 알찬 러닝타임: 96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안에 필요한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면서도 지루함 없이 전개됩니다. 불필요한 장면 없이 꼭 필요한 이야기만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단점
- 다소 급격한 전개: 짧은 러닝타임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다 보니, 일부 장면에서는 전개가 다소 급격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두 소녀의 관계가 적대적인 관계에서 우정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조금 더 자세하게 그려졌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 남성 캐릭터의 한계: 영화에서 대원을 비롯한 남성 캐릭터들은 대체로 수동적이거나 무책임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이는 의도적인 연출일 수 있지만, 조금 더 다양한 남성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더 풍부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 결말의 비현실성: 영화의 결말, 특히 두 소녀가 아기의 유골을 처리하는 방식은 다소 충격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감독의 의도적인 선택이겠지만, 일부 관객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 심층적인 사회적 맥락의 부재: 불륜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것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더 깊은 탐구가 있었다면 영화의 메시지가 더 풍부해졌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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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붉은 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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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및 별점
총평
미성년은 불륜이라는 흔한 소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작품입니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 성숙함과 미숙함의 경계를 탐구하며 우리 사회의 가족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합니다. 김윤석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뛰어난 앙상블 연기는 영화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특히 두 주인공 소녀를 연기한 김혜준과 박세진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영화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주며, 염정아와 김소진의 노련한 연기가 이를 받쳐줍니다. 또한 박성도의 섬세한 음악은 영화의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물론 일부 전개의 급격함이나 결말의 비현실성 등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이는 김윤석 감독의 개성적인 연출 스타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미성년은 우리 모두가 어떤 의미에서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미성년'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진정한 성숙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추천 대상
- 가족 드라마와 성장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
- 배우들의 연기력을 중시하는 영화 팬
- 한국 독립영화의 섬세한 감성을 즐기는 관객
- 복잡한 인간관계와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사람
- 김윤석 배우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