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오컬트의 세계, 영화 '사바하' 완벽 리뷰

영화 소개
- 이정재 (박목사 역) - 신흥 종교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 운영자
- 박정민 (정나한 역) - 사슴동산 내 광목천왕
- 이재인 (금화/그것 역) - 쌍둥이 자매
- 유지태 (김동수 역)
- 정진영 (황반장 역)
- 진선규, 이다윗 외 다수
2019년 2월,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 이후 4년 만에 두 번째 장편영화 '사바하'를 선보였습니다. 제목 '사바하(娑婆訶)'는 산스크리트어로 불교에서 진언 주문의 마지막에 붙이며 '원만하게 이룬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천수경에 나오는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에서 따온 단어로, 영화의 종교적 주제를 암시합니다.
영화는 개봉 당시 첫날 1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1위를 차지했고,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약 2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형 오컬트 스릴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줄거리 요약
강원도 영월, 1999년. 한 쌍둥이 자매가 태아 상태에서부터 이상한 조짐을 보이며 태어납니다. 언니는 멀쩡한 인간의 모습이었지만, 10분 늦게 태어난 동생은 온몸이 털로 뒤덮인 괴이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에 놀란 부모는 동생을 '그것'이라 부르며 평생 숨겨 키웁니다.
16년 후, 신흥 종교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의 박목사(이정재)는 사슴동산이라는 새로운 종교 단체를 조사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교주 김제석(정동환)이 소년원 출신 네 명의 소년을 양아들로 삼아 키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중 광목천왕인 정나한(박정민)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한편, 영월의 한 터널에서 여중생의 시신이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경찰은 터널 시공업체 직원인 김철진(지승현)을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그에게 찾아온 정나한은 자신을 '광목 님'이라 부르며 그를 교단으로 데려갑니다. 박목사는 사슴동산 경전인 '항마경'에 적힌 숫자 목록의 비밀을 파헤치던 중, 그 숫자가 1999년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난 금화(이재인)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금화의 가족은 16년 동안 정처 없이 떠돌다 최근 이사를 왔습니다. 박목사의 조사가 깊어질수록 사슴동산의 실체와 '그것'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사슴동산은 불교의 미륵 신앙을 왜곡해 악마를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였고, 김제석은 '그것'이 악마의 화신인 육수(여섯 번째 손가락)임을 알고 그를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진실이 밝혀지면서 박목사와 정나한은 각자의 관점에서 '그것'을 대하게 됩니다. 박목사는 '그것'을 악으로 보지만, 정나한은 자신이 믿었던 종교가 사이비임을 깨닫고 '그것'과 직접 대면하게 됩니다. 영화는 결국 신의 존재와 선악의 개념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을 충격에 빠뜨립니다.
감상 포인트
연출
장재현 감독은 '검은 사제들'에 이어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가능성을 또 한 번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종교적 상징과 의미를 영상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독특합니다. 불교와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 요소를 작품 속에 녹여냈으며, 종교 간의 갈등보다는 신앙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장재현 감독 특유의 공포와 서스펜스 연출은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선사하면서도 철학적 사유를 자극합니다.
연기
이정재는 신비로운 사건을 파헤치는 박목사 역할을 안정적으로 소화했습니다. 특히 박정민의 연기는 극 중 정나한 캐릭터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당시 신인이었던 이재인은 금화와 '그것'이라는 이중 역할을 맡아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유지태, 정진영 등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음악과 영상미
영화 '사바하'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독특한 음악과 뛰어난 영상미입니다. 김태성 음악감독은 티베트 불교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소리와 한국적 정서가 담긴 음악을 절묘하게 조화시켰습니다. 특히 티베트 승려들의 저음 발성 만트라를 실제 현지에서 녹음해 사용함으로써 영화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한층 더 높였습니다.
영상미 측면에서는 강원도 영월의 자연 풍경과 대비되는 종교 의식의 어둡고 신비로운 공간이 인상적입니다. 붉은색과 푸른색의 대비를 통해 선과 악, 현실과 초자연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했으며, 특히 '그것'이 등장하는 장면의 음영 처리는 공포감을 극대화했습니다.
인상적인 장면과 대사
"십년 동안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과 영원히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다릅니다."
이 대사는 영화에서 신앙의 본질과 희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줍니다. 또한 엔딩 장면에서 정나한이 '그것'을 만나는 순간의 시각적 표현은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며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깁니다. 특히 '그것'이 숨겨져 있던 방에서 벽에 그려진 그림들은 종교적 상징성과 함께 이야기의 핵심을 암시합니다.
영화 OST 음악
'사바하'의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더 깊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김태성 음악감독은 '검은 사제들', '1987', '국가부도의 날' 등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적인 음악을 선보인 바 있으며, '사바하'에서도 독특한 음악적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김태성 감독이 직접 티베트를 방문하여 현지 승려들의 음성을 녹음해 사운드트랙에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티베트 밀교의 독특한 저음 발성 만트라와 흐미 창법, 띵샤(티베트 종)의 소리 등이 영화 전반에 깔리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엔딩 장면에서 흐르는 자장가 풍의 OST는 관객들에게 특히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음악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어우러져 묘한 여운을 남기며, 많은 사람들이 정식 OST 발매를 원했지만 아쉽게도 별도의 앨범으로 출시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김태성 음악감독은 이 작품으로 청룡영화상 음악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영화의 음악은 단순히 배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부분으로 기능하며 종교적 의식과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특히 티베트 불교 음악의 요소를 한국적 정서와 결합시킨 접근은 '사바하'만의 독특한 청각적 경험을 만들어냈습니다.
장점과 단점
장점
- 종교를 소재로 한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
- 티베트 불교 음악을 활용한 독특한 사운드트랙
- 박정민, 이재인 등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 오컬트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한국적 공포의 새로운 시도
- 불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적 상징성의 적절한 활용
- 선과 악, 신과 인간에 대한 철학적 질문 제기
단점
- 복잡한 스토리라인으로 인한 혼란스러움
- 종교적 지식이 없는 관객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음
- 중반부의 다소 지루한 전개
- 종교적 소재를 다루는 과정에서의 논란 가능성
- 몇몇 복선이 충분히 회수되지 않은 아쉬움
- 일부 캐릭터의 동기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음
영화 '사바하'는 한국 영화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종교적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독특함이 때로는 관객들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불교의 교리와 상징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관객들은 영화의 일부 설정을 이해하기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또한 여러 등장인물과 복잡한 스토리라인이 때로는 관객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재현 감독만의 독특한 비주얼과 분위기, 배우들의 열연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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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의 분위기와 주제를 좋아하셨다면, 다음과 같은 영화들도 함께 감상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외에도 TV 드라마 '손 the guest'나 '악귀' 등도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좋은 예시로 꼽힙니다. 해외 작품으로는 '엑소시스트', '컨스탄틴', '컨저링' 시리즈 등이 종교적 모티프와 오컬트 요소를 결합한 작품으로 '사바하'와 테마적 유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총평 및 별점
영화 '사바하'는 한국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종교적 오컬트 미스터리를 선보이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장재현 감독은 불교와 기독교의 교리를 상징적으로 활용하며 선과 악,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복잡한 스토리라인과 다양한 종교적 상징이 때로는 관객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지만, 그 독창성과 시도는 분명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박정민과 이재인의 열연, 김태성 음악감독의 독특한 사운드트랙, 그리고 장재현 감독 특유의 시각적 연출은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줍니다. 다만 중반부의 다소 지루한 전개와 일부 설명이 부족한 설정들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결국 '사바하'는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닌, 종교와 신앙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사유의 영화입니다.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 종교적 상징성을 해석하는 것을 즐기는 관객, 그리고 한국 영화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하는 관객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