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수라' 리뷰 - 지옥도의 세계를 만들어낸 걸작
한국 느와르
박진감 넘치는 권선징악 결말 없는 리얼 느와르의 세계

영화 소개
제목: 아수라
개봉일: 2016년 9월 28일
장르: 범죄, 액션, 느와르
러닝타임: 132분
감독: 김성수 (비트, 무사, 태양은 없다, 감기 등 연출)
주요 출연진: 정우성(한도경 역), 황정민(박성배 역), 주지훈(문선모 역), 곽도원(김차인 역), 정만식(도창학 역)
제작사: 사나이픽처스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
가공의 도시 '안남시'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성수 감독의 장기인 강렬한 비주얼과 폭력성을 지닌 느와르 영화다. 제목 '아수라'는 불교에서 악귀를 의미하는 말로, 영화 속 인물들의 처절한 몰락과 지옥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줄거리 요약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악덕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심부름꾼 노릇을 하고 있다. 안남시는 신도시 개발 사업이 한창이고, 박성배는 이를 이용해 비자금을 만들고 정치인, 조직폭력배, 재벌 등과 결탁해 온갖 비리를 저지른다.
그러던 중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이 박성배의 비리를 파헤치려 하고, 그 과정에서 한도경의 약점을 잡아 협박하기 시작한다. 검찰과 박성배 사이에서 이중첩자 노릇을 하게 된 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의 수하로 보내 정보원으로 활용하려 한다.
하지만 상황은 점차 도경의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박성배는 갈수록 잔인해지고, 문선모는 박성배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며, 검사 김차인은 비리 척결이라는 명목 하에 비정하고 냉혹한 수단을 동원한다. 결국 모든 인물들은 각자의 욕망과 생존을 위해 서로를 배신하고 물어뜯는 '아수라' 같은 지옥도에 빠져든다.
강대한 권력과 부패한 정치,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추악한 욕망이 만들어낸 소용돌이 속에서 한도경은 갈수록 내면의 선과 인간성을 잃어가며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길은 그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이 영화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결말을 바라는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모든 등장인물이 저마다의 명분과 이유로 악행을 저지르고, 그 속에서 인간의 가장 추악한 본성이 드러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옥도처럼 아무도 온전히 빠져나갈 수 없는 세계, 그것이 바로 '아수라'가 그려내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감상 포인트
1. 연출
김성수 감독은 이 영화에서 독특한 비주얼 스타일을 선보인다. 특히 안남시의 어두운 뒷골목과 화려한 도시 풍경의 대비, 비가 내리는 장면들의 푸른 색조, 그리고 폭력 장면에서의 과감한 카메라워크가 인상적이다. 촬영 감독 이모개는 이런 비주얼을 완벽하게 구현해내어 청룡영화상 촬영상을 수상했다. 특히 영화 후반부 한도경과 박성배의 대치 장면에서 보여주는 숨막히는 긴장감은 김성수 감독의 연출력이 빛나는 순간이다.
2. 연기
정우성은 이 영화로 배우 생활 22년 만에 처음으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의 연기는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아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지만 점점 깊은 늪에 빠져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황정민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독한 시장 박성배를 소름끼치게 연기해냈고, 곽도원은 차갑고 계산적인 검사 김차인 역할로 캐릭터의 다양성을 보여줬다. 주지훈의 문선모 역시 순진한 후배에서 복수에 눈먼 인물로 변해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3. 음악
이재진 음악감독의 사운드트랙은 영화의 긴장감과 불안한 분위기를 더욱 강화한다. 특히 메인 테마곡 'The City of Madness'는 영화의 어두운 톤을 완벽하게 보완한다. 터키의 민속악기인 사즈(Saz)를 활용한 'Dance of Devils'는 인물들의 광기 어린 춤을 암시하는 듯하다. 엔딩곡으로 사용된 로버트 플랜트의 'Satan Your Kingdom Must Come Down'은 영화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선곡이다.
4. 영상미
영화는 안남시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현대 한국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대비시킨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번듯한 도시의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권력과 비리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비 내리는 밤거리, 삭막한 공사장, 화려한 정치인 파티장 등 다양한 공간을 통해 캐릭터들의 내면과 사회적 상황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5. 각본
김성수 감독이 직접 쓴 각본은 인간 본성의 이중성과 타락의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선한 의도로 시작된 결정이 어떻게 파멸의 길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권력과 폭력의 악순환이 어떻게 개인을 파괴하는지를 보여준다. 대사 하나하나가 함축적이고 날카로우며, 특히 황정민과 정우성의 대화 장면들은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을 잘 담아냈다.
인상 깊은 장면
"이 세상은 아수라야. 먹히지 않으려면 먼저 물어뜯어야 해."
황정민(박성배)이 정우성(한도경)에게 하는 이 대사는 영화의 주제를 가장 잘 담아낸 대사다. 영화가 보여주는 세계관을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장면 이후 한도경의 내면 변화가 시작된다.
영화 OST 음악
영화 '아수라'의 음악은 이재진 음악감독이 담당했다. 그는 '박하사탕', '파이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완득이' 등 섬세한 정서와 내러티브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음악감독으로, 이 영화에서는 느와르 장르에 맞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었다.
아수라 OST 앨범은 총 20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요 수록곡은 다음과 같다:
- The City, An-Nam (1:52) - 영화의 배경인 안남시의 분위기를 담은 메인 테마
- The City of Madness (2:05) - 광기의 도시라는 부제를 가진 이 곡은 영화의 어두운 톤을 완벽하게 표현
- Dance of Madness (3:56) - 터키의 민속악기 사즈(Saz)를 이용한 독특한 분위기의 곡
- Conflict (2:05) - 인물 간의 갈등을 표현한 긴장감 넘치는 트랙
- The Story - 오케스트라로 주인공 '도경'의 인간적 내면을 표현한 곡
특히 영화의 엔딩에 사용된 로버트 플랜트의 'Satan Your Kingdom Must Come Down'은 많은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곡은 영화의 결말 장면과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흐르며, "사탄이여, 당신의 왕국은 무너져야 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영화의 주제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이재진 음악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타락의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어두운 베이스 라인과 불협화음의 조합, 그리고 때로는 전통적인 악기와 현대적 사운드의 믹스를 통해 '아수라'라는 지옥도의 세계를 청각적으로 구현해냈다.
장점과 단점
장점
-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 특히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의 삼파전은 한국 영화 역사에 남을 명연기다.
- 김성수 감독 특유의 강렬한 비주얼과 스타일리시한 영상미가 돋보인다.
- 현실 정치와 권력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시나리오의 날카로움.
- 깔끔한 선악 구도를 거부하고 모든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그려내는 입체적 캐릭터 묘사.
- 이재진 음악감독의 사운드트랙이 영화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보완한다.
- 타협 없는 결말과 메시지로 상업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단점
- 지나치게 어둡고 폭력적인 장면들이 많아 보는 내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 복잡한 정치적 배경과 등장인물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집중력이 필요하다.
- 132분의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다.
-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적고 대부분 수동적인 역할에 그친다.
-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는 결말.
개인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은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결말이다.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선호하는 관객에게는 이 영화가 지나치게 암울하고 비관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또한 폭력 장면을 불편해하는 시청자에게는 다소 과도한 묘사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느와르 장르의 팬이라면 이 영화의 깊이 있는 서사와 뛰어난 연출력에 매료될 것이다.
비슷한 영화 추천
아수라와 비슷한 분위기나 주제를 다룬 영화들을 소개한다. 권력과 부패, 인간의 욕망과 타락을 그린 한국 느와르 장르의 명작들이다.
신세계 (2013)
감독: 박훈정
출연: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조직 내부에 침투한 경찰의 정체성 혼란과 권력 투쟁을 그린 느와르
악질경찰 (2019)
감독: 이정범
출연: 이선균, 조진웅
부패한 경찰의 몰락과 구원을 다룬 범죄 드라마
끝까지 간다 (2014)
감독: 김성훈
출연: 이선균, 조진웅
우연히 사고를 저지른 형사의 은폐 시도와 그를 쫓는 인물의 대결
내부자들 (2015)
감독: 우민호
출연: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정치, 금융, 미디어의 유착관계를 파헤친 정치 느와르
달콤한 인생 (2005)
감독: 김지운
출연: 이병헌, 김영철
조직의 2인자 선호의 배신과 복수를 그린 스타일리시한 느와르
악인전 (2019)
감독: 이원태
출연: 마동석, 김무열
연쇄살인마를 쫓는 조폭 두목의 이야기를 담은 액션 범죄물
이 영화들은 '아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파헤치며, 권력과 부패, 인간의 욕망과 폭력성을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들이다. 특히 '신세계'와 '내부자들'은 비슷한 주제 의식과 스타일로 '아수라'와 함께 보면 한국 느와르 영화의 깊이를 더욱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총평 및 별점
한줄 요약
"선과 악의 구분이 무의미한 지옥도 속에서 인간 본성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강렬한 한국 느와르의 수작"
추천 대상
- 한국 느와르 영화의 진한 매력을 느끼고 싶은 관객
- 정우성, 황정민 등 명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을 감상하고 싶은 영화 팬
- 권선징악의 클리셰를 벗어난 차별화된 스토리를 원하는 사람
- 사회 비판적 메시지가 담긴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
- 강렬한 비주얼과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중시하는 시네필
영화 '아수라'는 2016년 개봉 당시 흥행에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 느와르 장르의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관객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서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가? 우리 사회의 부패한 권력 구조는 어떻게 개인을 파멸로 이끄는가?
김성수 감독은 이 질문들에 쉬운 대답을 주지 않는다. 그저 아수라도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으로 이어지는 연기 릴레이는 영화의 가장 큰 자산이며, 김성수 감독의 과감한 연출은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탐구하는 데 관심이 있거나, 권력과 부패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담은 영화를 좋아한다면, '아수라'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다.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그 불편함 속에 담긴 깊은 메시지는 오래도록 여운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