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드라마 - 영화 '완벽한 타인' 리뷰
우리가 진정으로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1. 영화 소개
- 유해진 (강태수 역) - 변호사
- 조진웅 (석호 역) - 성형외과 의사
- 이서진 (준모 역) - 레스토랑 사장
- 염정아 (수현 역) - 전업주부
- 김지수 (예진 역) - 정신과 의사
- 송하윤 (세경 역) - 수의사
- 윤경호 (영배 역) - 교사
영화 '완벽한 타인'은 2016년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Perfetti sconosciuti)'를 원작으로 한 한국형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리메이크될 정도로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오랜 친구들이 모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각자의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오는 모든 전화와 메시지를 공개하자"는 게임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단순한 게임으로 인해 평소 감춰왔던 비밀들이 하나둘 드러나며 관계의 진실성에 의문을 던집니다.
2018년 한국 영화계에서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훌륭한 연기력과 탄탄한 스토리로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우리가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진정한 관계'와 '비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던 작품입니다.
2. 줄거리 요약
평생 친구이자 부부인 석호와 예진은 그들의 친한 친구들을 집들이 저녁 식사에 초대합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변호사 태수와 그의 아내 수현,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준모와 그의 아내 세경, 그리고 최근 이혼한 영배까지 총 7명입니다. 이들은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근황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 도중 월식에 대한 대화가 나오면서 세경이 흥미로운 게임을 제안합니다. 바로 식사하는 동안 각자의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걸려오는 전화, 문자, 카카오톡 등 모든 메시지를 공개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에 동참했던 이들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예상치 못한 비밀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태수의 휴대폰으로는 밤마다 가슴 사진을 보내는 여성의 메시지가 도착하고, 석호는 큰 액수의 투자 실패로 경제적 위기에 처해있음이 드러납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준모가 레스토랑 직원과 불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수현이 남편 몰래 블로그 팬과 사적인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는 것과 예진이 가슴 수술을 고려하고 있다는 비밀도 공개됩니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각자가 숨겨온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이들 사이의 긴장감은 고조됩니다. 특히 큰 충격을 주는 것은 준모의 휴대폰을 통해 그와 친구의 아내 사이에 불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게 됩니다. 이처럼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제 속마음의 괴리가 드러나면서 그 동안 쌓아왔던 신뢰는 무너지고 관계는 위기에 처합니다.
영화 후반부, 마지막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은 영배의 동성애자 정체성입니다. 그가 여자로 위장한 남성과 통화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그가 학교 교사 직을 잃고 이혼까지 한 진짜 이유가 공개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친구들은 처음에는 충격을 받지만, 점차 서로의 비밀과 상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영화는 이들이 함께한 시간이 끝난 후, 각자의 비밀을 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독특한 반전 결말을 통해 관객들에게 "이 모든 일이 정말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비밀을 갖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그 비밀들이 공개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결말입니다.
3. 감상 포인트
연출
이재규 감독은 한정된 공간(거실과 식당)에서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답답함을 느끼지 않게 다양한 각도와 카메라 움직임을 활용했습니다. 특히 휴대폰 화면의 내용을 보여주는 방식이 창의적이었으며, 인물들의 표정 변화를 포착하는 클로즈업 샷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고조되는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연출이 돋보입니다.
연기
영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배우들의 뛰어난 앙상블 연기입니다.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등 베테랑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의 안정적인 연기가 어우러져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특히 염정아의 수현 역은 제 3회 신필름예술영화제에서 최은희영화배우상을 수상할 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악
영화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조성하는 배경음악과 함께, 특히 '글로리아 게이너'의 'I Will Survive'가 극적인 순간에 사용되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곡은 준모(이서진)의 휴대폰 벨소리로 사용되며, 불륜이 밝혀지는 긴박한 순간에 아이러니한 대비를 이루며 극적 효과를 높였습니다. 또한 쇼팽의 '발라드 2번 F장조'가 영화에 감성적인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각본
배세영 작가의 각본은 일상적인 대화에서 시작해 점점 심화되는 갈등 구조를 탄탄하게 구축했습니다. 특히 각 인물의 비밀이 공개되는 순서와 타이밍이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어 관객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대화 중심의 영화임에도 지루함 없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대사의 힘이 돋보이며, 한국적 정서와 상황에 맞게 원작을 적절히 각색한 점이 높이 평가됩니다.
인상적인 장면과 대사
"사람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삶, 개인적인 삶, 그리고 비밀스러운 삶."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이 대사는 우리 모두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게임 한 번 해볼까? 다들 핸드폰 올려봐. 저녁 먹는 동안 오는 모든 걸 공유하는 거야. 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 할 것 없이 싹!"
영화의 모든 사건을 시작하게 만든 이 제안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파급력을 지닌 순간을 만들어냈습니다.
영배의 동성애 정체성이 드러나는 장면
영화 후반부, 영배(윤경호)가 남성과 통화하며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순간은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입니다. 친구들의 다양한 반응과 점차 그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묘사되어 인상적이었습니다.
4. 영화 OST 음악
"I Will Survive" - 글로리아 게이너(Gloria Gaynor)
1978년 발표된 이 디스코 클래식은 영화 속에서 준모(이서진)의 벨소리로 등장합니다. 특히 그의 불륜이 발각되는 순간에 이 노래가 울려 퍼지며 "난 살아남을 거야(I will survive)"라는 가사가 상황의 아이러니를 극대화합니다. 원래는 미국 음악 듀오 'Righteous Brothers'의 노래 'Substitute'의 커버 버전 뒷면에 수록되었으나, 디스크자키들의 도움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된 명곡입니다.
쇼팽 - 발라드 2번 F장조 op. 38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진 이 곡은 영화의 감성적인 순간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과 상처를 표현하는 장면에서 쇼팽 특유의 서정적인 선율이 감정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피아노 작품으로, 영화의 우아한 분위기와 조화를 이룹니다.
"한남자" - 작사: 조은희, 작곡: 황찬희
영화 속 삽입곡으로 사용된 이 곡은 마스터링을 장익덕이 담당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관계와 감정선을 표현하는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어 극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조성합니다. 영화 음악감독의 세심한 선곡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5. 장점과 단점
장점
- 뛰어난 배우 앙상블 -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등 연기파 배우들의 조화로운 앙상블이 영화의 큰 매력입니다. 각자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도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는 연기력이 돋보입니다.
- 탄탄한 스토리 구조 - 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제한된 설정임에도 지루할 틈 없이 긴장감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비밀이 드러나는 순서와 방식이 절묘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 현실적인 캐릭터와 갈등 - 등장인물들의 비밀과 고민이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으로 그려져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특히 부부 관계, 친구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연스러운 접근 - 동성애, 불륜, 거짓말 등 민감한 주제를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 없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특히 영배 캐릭터를 통한 성소수자 문제 접근이 편견 없이 이루어진 점이 높이 평가됩니다.
- 효과적인 유머와 긴장감의 조화 - 심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적절한 유머로 관객에게 숨 쉴 틈을 주고, 다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리듬감이 좋습니다.
단점
- 개연성 부족한 설정 - 모든 비밀이 하루 저녁 동안 드러난다는 설정이 다소 억지스러울 수 있습니다. 실제 상황이라면 이렇게 모든 비밀이 한꺼번에 폭로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 일부 캐릭터 묘사의 불균형 - 7명의 캐릭터를 모두 동등하게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특히 세경(송하윤) 캐릭터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얕게 그려진 느낌이 있습니다.
- 결말의 명확성 부족 - 영화의 결말이 다소 모호하게 처리되어 일부 관객들에게는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이 진행되었는지, 아니면 가상의 시나리오였는지 해석이 분분합니다.
- 원작과의 차별성 - 이탈리아 원작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한국적 정서를 더 강하게 반영하거나 독창적인 요소를 추가했다면 더 신선했을 것입니다.
- 지나친 비밀의 집중 -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 중대한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 다소 과장되어 보일 수 있습니다. 일상의 작은 갈등이나 고민도 충분히 드라마틱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위의 장단점은 영화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기준이나, 관객의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결말의 모호함을 단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여러 해석의 여지를 남긴 의도적인 연출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또한 비밀의 극적인 집중을 과장되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이는 영화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로 볼 수도 있습니다.
6. 비슷한 영화 추천
퍼펙트 스트레인저 (Perfetti Sconosciuti, 2016)
이탈리아 | 감독: 파올로 제노베제
'완벽한 타인'의 원작 영화로, 동일한 핵심 설정(휴대폰 공유 게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특유의 정서와 분위기로 같은 소재를 어떻게 다르게 풀어냈는지 비교해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카니발 나이트 (Carnage, 2011)
프랑스, 독일, 폴란드 | 감독: 로만 폴란스키
한 아파트에서 두 부부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각자의 본성이 드러나는 블랙코미디입니다. '완벽한 타인'과 마찬가지로 제한된 공간에서 대화만으로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연출이 돋보입니다.
코히어런스 (Coherence, 2013)
미국 | 감독: 제임스 워드 브이코트
친구들이 저녁 식사를 하는 중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며 각자의 비밀과 본성이 드러나게 되는 SF 스릴러입니다. '완벽한 타인'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미성년 (Another Child, 2019)
한국 | 감독: 김윤석
불륜으로 얽힌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며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숨겨진 진실 사이의 괴리를 그린 작품입니다. '완벽한 타인'과 마찬가지로 인간 관계의 복잡성과 비밀을 섬세하게 다룬 한국 영화입니다.
대학살의 신 (God of Carnage, 2011)
프랑스 | 감독: 로만 폴란스키
두 아이들의 싸움으로 만난 두 부부가 대화를 나누면서 점차 본성을 드러내는 과정을 그린 연극 기반의 영화입니다. 단일 장소에서 대화로만 진행되는 점이 '완벽한 타인'과 유사합니다.
로프 (Rope, 1948)
미국 |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한 아파트에서 파티를 열고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다룬 고전 스릴러입니다. 단일 공간에서 인물들 간의 긴장감과 숨겨진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는 구조가 '완벽한 타인'과 유사한 매력을 가졌습니다.
7. 총평 및 별점
"우리 모두는 세 개의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진정한 자아는 휴대폰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완벽한 타인'은 간단한 설정에서 출발해 인간 관계와 비밀의 복잡성을 효과적으로 탐구한 수작입니다.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와 촘촘하게 짜인 각본, 한정된 공간에서도 지루함 없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연출력이 돋보입니다. 가볍게 시작된 게임이 점차 심각한 진실을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일상적인 설정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비밀을 파고드는 영화의 시도가 신선하며, 특히 완벽해 보이는 관계 속에 숨겨진 균열을 발견하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다소 극적인 설정과 모호한 결말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될 수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영화의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인간 관계의 복잡성과 진실성에 대해 고민하는 분
-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감상하고 싶은 분
- 단일 공간에서 진행되는 밀도 있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
- 블랙 코미디와 서스펜스가 적절히 조화된 작품을 선호하는 분
- 대화 중심의 영화를 즐기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