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박영화의 새로운 패 - 타짜: 원 아이드 잭

영화 소개
- 제목
- 타짜: 원 아이드 잭 (Tazza: One Eyed Jack)
- 개봉일
- 2019년 9월 11일
- 장르
- 범죄, 드라마, 스릴러
- 러닝타임
- 139분 (2시간 19분)
-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 감독
- 권오광
- 주요 출연진
- 박정민(도일출 역), 류승범(애꾸 역), 최유화(마돈나 역), 우현(물영감 역), 윤제문(이상무 역), 이광수(까치 역), 임지연(영미 역), 권해효(권원장 역)
2019년 추석 시즌을 겨냥해 개봉한 '타짜: 원 아이드 잭'은 허영만 작가와 김세영 작가의 만화 '타짜 3부 - 원 아이드 잭'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2006년 개봉해 큰 사랑을 받았던 '타짜'와 2014년 '타짜: 신의 손'에 이어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이번에는 화투가 아닌 포커를 소재로 다뤘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타짜 1편'에서 등장했던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 이야기라는 설정으로 시리즈의 연결성을 부여했다. 이번 작품은 '옥자'의 박정민과 '파이란'의 류승범이라는 연기파 배우들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고, 감독은 '시그널'의 권오광이 맡았다. 이전 시리즈들과는 다른 느낌의 도박 영화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줄거리 요약
대한민국의 한 도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도일출(박정민)은 사실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이다.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것보다는 밤마다 포커판을 누비며 실력을 발휘하는 그는, 자신을 금수저 인생이라고 여기며 대학 동기들과 함께 소소한 포커 게임을 즐긴다. 어느 날 일출은 도박장에서 우연히 아름다운 여인 '마돈나'(최유화)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그녀를 따라 거액이 오가는 큰 판에 뛰어든 일출은 마돈나의 보호자 같은 존재인 '이상무'(윤제문)와 게임을 벌이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을 과신한 일출은 이상무에게 속아 전 재산을 잃고, 더 큰 돈을 걸기 위해 대학 동기들의 돈까지 빌려 모두 잃게 된다. 빚더미에 앉은 그에게 빚쟁이들이 들이닥치고, 일출은 손가락 하나가 잘릴 위기에 처한다. 이때 그의 앞에 한쪽 눈을 실명한 정체불명의 타짜 '애꾸'(류승범)가 나타나 그를 위기에서 구해준다.
애꾸는 일출에게 '원 아이드 잭'이라는 팀을 결성하자고 제안한다. 인생을 바꿀 기회의 카드를 받고 모인 타짜들로 팀을 꾸려 거액의 판에 도전하자는 것이다. 팀에는 카드 셔플의 달인 '까치'(이광수), 연기의 천재 '영미'(임지연), 숨겨진 고수 '권원장'(권해효) 등이 합류한다. 원 아이드 잭 팀은 도일출을 속였던 이상무와 그 뒤에 있는 거대 사업가 '물영감'(우현)을 상대로 복수와 설욕을 위한 거대한 사기극을 펼친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순탄치 않다. 물영감의 의심과 견제, 팀 내부의 불협화음과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게다가 애꾸에게는 물영감과 얽힌 숨겨진 과거가 있었고, 일출도 마돈나에 대한 감정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팀원들은 각자의 사연과 욕망을 안고 인생을 건 한판에 도전한다. 그리고 마지막 판에서 서로의 진짜 패를 공개하는 순간, 모든 것이 뒤바뀌게 된다.
감상 포인트
연출 및 연기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박정민은 순진한 청년에서 복수에 불타는 타짜로 변해가는 도일출의 내면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했다. 특히 패를 내려놓는 순간의 망설임과 결연함이 교차하는 표정 연기는 관객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사로잡는다. 류승범은 한쪽 눈을 감은 채 연기하는 제약 속에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애꾸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그의 베테랑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권오광 감독의 연출은 이전 '타짜' 시리즈와 차별화된 색깔을 가진다. 카드 게임의 박진감을 살리기 위한 빠른 편집과 클로즈업 샷을 적절히 활용했으며, 게임 장면에서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다만 타짜 1편의 최동훈 감독이 보여준 독특한 미장센과 비교했을 때, 다소 평이한 연출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상미와 음악
변봉선 촬영 감독의 카메라 워크는 도박장의 어두운 분위기와 대비되는 화려한 카지노 장면을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야간 씬에서의 네온사인 빛을 활용한 장면들은 도시의 화려함과 도박의 위험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좋은 시각적 은유로 작용한다. 또한 도박장의 붉은 조명과 초록색 카드 테이블이 만들어내는 색감 대비는 영화의 시각적 즐거움을 더한다.
방준석 작곡가의 음악은 긴장감 넘치는 도박 장면에 적절한 박자감을 부여하며, 특히 마지막 대결 장면에서의 음악은 관객의 심장을 조이는 효과를 준다. 다만 전작들에 비해 기억에 남는 시그니처 테마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
인상 깊은 장면과 대사
영화 중반부, 애꾸가 일출에게 도박의 세계를 설명하며 "배팅 할 때는 인생을 걸어야지.. 모가지 걸자"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잘 담아낸 명대사다. 또한 이광수가 연기한 까치가 죽음을 앞두고 임지연이 연기한 영미에게 "연진아... 한번만 주라! 응? 함 주라!"라고 말하는 장면은 웃음과 슬픔이 교차하는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또한 마지막 대결에서 물영감과 애꾸가 벌이는 심리전, 그리고 도일출이 진짜 자신의 패를 공개하는 반전의 순간은 관객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런 장면들이 이어질 때마다 관객들은 영화 속 판에 함께 참여하는 듯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영화 OST 음악
'타짜: 원 아이드 잭'의 음악은 작곡가 방준석과 구은표가 함께 작업했으며, 2019년 10월 18일에 정식 OST 앨범으로 발매되었다. 총 70곡에 달하는 방대한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으며, 영화의 긴장감 넘치는 도박 장면과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했다.
특히 엔딩 크레딧에 삽입된 송골매의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는 영화의 여운을 더해주는 곡으로, 도일출이 겪은 성장과 깨달음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 곡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들의 뇌리에 오래 남는 인상적인 선곡이었다.
OST 중에는 '도일출 등장', '타짜일세', '원 아이드 잭' 등의 트랙이 있으며, 각 캐릭터와 중요 장면마다 적절한 분위기의 음악을 배치하여 영화의 몰입감을 높였다. 특히 중요한 도박 장면들에서는 리듬감 있는 음악으로 긴장감을 고조시켰고, 캐릭터들의 감정적인 순간에는 섬세한 선율로 감정이입을 도왔다. 방준석 작곡가는 이전 한국 영화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해낸 베테랑으로,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음악적 역량을 충분히 발휘했다.
장점과 단점
장점
'타짜: 원 아이드 잭'의 가장 큰 장점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다. 박정민과 류승범의 호흡은 영화의 중심축을 단단하게 지탱하며, 이광수, 임지연 등 조연들의 개성 있는 연기가 작품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류승범이 연기한 애꾸 캐릭터는 신비로움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한 포커라는 새로운 도박 소재를 택한 것도 시리즈에 신선함을 더했다. 이전 작품들이 한국적인 화투 도박을 다뤘다면, 이 작품은 보다 글로벌한 포커 게임을 통해 더 넓은 스케일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다. 팀플레이로 펼쳐지는 도박 사기극이라는 설정 역시 이전 작품들과 차별화된 재미 요소를 제공했다.
단점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은 전작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아쉬움이다. 최동훈 감독의 '타짜'가 보여준 독특한 연출력과 깊이 있는 캐릭터 묘사에 비해, 이번 작품은 다소 평이한 전개와 캐릭터 깊이의 부족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이라는 설정이 스토리 전개에 크게 활용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복수극과 도박 사기극이 혼합된 플롯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원작 만화의 깊이와 캐릭터성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부 매력이 희석된 느낌이다. 원 아이드 잭 팀의 계획이 너무 순탄하게 진행되다가 갑자기 위기에 처하는 전개는 다소 억지스러움이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는 부분으로는, 이 작품이 전작들에 비해 보다 상업적인 접근을 취했다는 점이다. 타짜 1편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특유의 정서와 분위기보다는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화려한 액션에 더 비중을 둔 느낌이다. 이는 새로운 관객층을 유입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나, 원작의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주었을 수 있다.
비슷한 영화 추천
'타짜: 원 아이드 잭'과 같은 도박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우선 시리즈의 전작인 '타짜'(2006)와 '타짜: 신의 손'(2014)을 추천한다. 특히 최동훈 감독의 '타짜'는 한국 도박 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조승우와 김혜수의 열연이 돋보인다. 조금 더 깊이 있는 도박의 세계와 인간 심리를 탐구하고 싶다면 필수적으로 봐야 할 영화다.
사기꾼들의 팀플레이를 좋아한다면 조쉬 위든의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와 데이빗 러셀 감독의 '아메리칸 허슬'을 추천한다. 특히 '오션스 일레븐'은 카지노를 대상으로 한 완벽한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타짜: 원 아이드 잭'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포커를 소재로 한 영화를 선호한다면 존 달의 '라운더스'와 아론 소킨의 '몰리스 게임'도 좋은 선택이다. '라운더스'는 맷 데이먼과 에드워드 노튼이 연기한 포커 고수들의 이야기로, 포커의 전략과 심리전이 더 깊이 있게 다뀌고 있다. '몰리스 게임'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언더그라운드 포커 판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준다.
한국 영화 중에서는 도박보다는 사기극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지만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과 '타짜'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걸작'도 유사한 재미를 줄 수 있다. 인생의 큰 판을 걸고 승부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도 다른 관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총평 및 별점
'타짜: 원 아이드 잭'은 전설적인 타짜의 아들이 새로운 타짜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화려한 출연진과 볼거리가 풍성한 작품이다. 화투에서 포커로 무대를 옮긴 도박의 세계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배신, 그리고 승부사의 심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박정민과 류승범의 뛰어난 연기력은 영화의 가장 큰 자산으로, 두 배우의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연기를 볼 수 있다. 또한 이광수, 임지연 등 조연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 연기도 영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다. 포커 게임의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전설적인 1편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과 캐릭터들의 깊이 있는 묘사가 다소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기극과 복수극의 요소들이 혼합되면서 도박 영화 특유의 집중도가 흐트러진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도박 영화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중요한 작품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
추천 대상: 도박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 박정민과 류승범의 연기를 보고 싶은 팬, 타짜 시리즈의 팬, 카드 게임과 심리전이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들에게 추천한다. 단, 전작들의 깊이 있는 캐릭터 묘사와 독특한 연출을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